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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석의 100년 산책] 120세도 바라보는 시대,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100세가 넘으면서 가장 많이 받는 인사가 있다. “120세까지 사시라”는 축하 말이다. 나는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고맙다는 표정으로 대신한다. 그런데 내 가족 안에서는 그런 인사가 없다.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고, 104세인 지금도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보기 때문일 것이다.   여론조사 통계를 본 적이 있다. ‘100세까지 살고 싶으냐’는 물음에 한국 사람은 51%가 그렇다고 답했는데 일본인은 22%만이 그때까지 살고 싶다고 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장수인구가 많은 나라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일본의 100세 이상 인구는 9만 명이다. 우리보다 10배가 높은 셈이다.   한국과 일본, 100세를 보는 다른 눈     그런데 왜 일본인들은 78%가 100세 이상 살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100세 이상의 장수를 행복한 삶이라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왜 120세까지 살라는 인사를 받으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못 가졌을까. “더 오래 우리 곁에 계셔 주세요”라는 인사라면 머리를 숙이면서 “감사합니다”라며 답례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 첫째 원인은 100 이상의 삶은 신체적 부담과 고통이 동반하기 때문이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모르는 어려움이 있다. 나도 95세 이후부터는 내 정신건강이 신체적으로 노쇠한 육신을 업고 다니는 부담을 느낀다. 저녁 10시가 되어 잠드는 시간에는 편안한 안식을 느낀다. 하루의 짐을 풀어놓는 가벼운 자세다. 반대로 아침 기상 시간이 되면 일어나는 것이 싫어진다. 내 몸이 천근만근 같아지면서 “30분만 더 자면 안 되나”라며 누군가에게 물어보는 심정이다. 기상 자체가 주어진 부담이다.   이런 상황을 직접, 간접으로 경험해 보는 사람들은 “100세라는 산(山)을 넘어서까지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100세 이상 사는 가족이나 친지를 보는 사람은 그런 상태 이전까지의 인생을 원하게 된다. 정신이 신체의 노예가 되면서까지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100세 이상까지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는가. 통계에 따르면 가장 많은 사람은 조금이라도 더 긴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소원이다. 오랜 기간의 행복이 인생의 목표다. 그보다 낮은 수이기는 하나 두 번째가 가족들의 성공과 행복을 보고 싶다는 욕망이다. 그것이 인간적 본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보고 싶다는 기대도 있었다. 죽기 싫어서 산다는 대답도 있으나 20% 정도뿐이었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 마음으로 살아     100세까지 살기 싫은 이유는 무엇인가는 물음에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가장 많았다. 그에 뒤따르는 것이 신체의 노쇠현상에서 오는 걱정, 경제적 불안감, 더 좋은 삶이 불가능하다는 예측, 평균수명이면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어떤 죽음을 맞이하기를 원하는가’라는 물음에는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던 돌연사가 으뜸이다. 죽음에 따르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하는 죽음의 분위기가 싫기 때문이다. 같은 희망의 반쯤은 가족들의 돌봄 속에서 조용히 가고 싶다는 기대였다. 평상시와 같이 잠들었다가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도 모르게 깨어나지 않는 죽음은 복을 받은 편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은 어떠했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90까지는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다고 믿었고 또 그렇게 되었다. 그런 희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막상 90이 되니까 “앞으로는 어떻게 하지”라고 스스로 반문했다. 가는 데까지 가보자고 했는데 100세까지 연장되었다. 지금은 더 갈 수 있고 가야 할 인생의 길을 스스로 포기할 수가 없어 계속하고 있다. 평균수명과 건강나이가 10년은 더 연장된 세상이니까. 그러니까 100까지는 누구나 도전해도 좋을 것이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는가. 행복과 보람을 유지할 수만 있으면 누구나 의욕과 희망을 품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100세가 되었다고 스스로 인생을 포기할 수는 없다. 앞으로는 120세까지도 연장되는 세상이 올지 모른다. 구한 말에는 왕실에서 80세 장수한 노인을 찾아 지팡이를 선물했다. 20년이 연장되어 나는 100세에 청와대에서 주는 지팡이를 받았다. 지금 20~30대의 젊은이들은 20년쯤 더 연장될 수 있을지 모른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사명감     그러나 그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은 아니다. 자연인의 한계를 넘어 삶의 정신적 가치와 의미를 창조해 가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전이다. 자연의 한계를 넘어 정신적 문화에 동참하는 것이 인간의 사명이니까. 인간은 시간 안에서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사회와 더불어 창조해 가게 되어 있다.   역사를 누가 이끌어 왔는가. 삶의 가치와 의미를 위해 최선의 삶을 영위해 준 사람들이다. 이에 뒤따르는 또 하나의 삶의 창조적 영역이 있다. 내가 사는 공동체 의무를 사명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나와 더불어 가족을, 우리와 함께 민족의 행복과 발전을 위한 삶이 본연의 책임이다. 정신적 가치를 창조하는 노력과 공동체의 기본이 되는 민족과 국가를 위해 주어지는 일과 사명 의식을 갖추고 산다면 100세라는 시간적 한계는 사라지게 된다. 나이란 숫자일 뿐이라는 말이 진실이 된다. 나 같은 늙은이도 주어진 일이 있는 동안은 책임져야 한다는 의지로 삶을 계속하고 있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장수 축복 정신적 가치 시간적 한계 여론조사 통계

2023-09-01

[김형석의 100년 산책] 100세 인생의 결론 “최선을 다해라, 더 큰 기회가 온다”

옛날에는 지방에서 온 손님을 만나면 혹시 어떤 가훈(家訓)이 있으세요, 또는 좌우명(座右銘)이 무엇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었다. 있는 편이 없는 것보다 좋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가훈이나 좌우명에 집착하는 것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강원도 양구, ‘철학의 집’ 내 가족사진이 있는 자리에는 두 글귀가 있다. ‘정신적으로는 상위권에,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에’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받는 사람보다 행복하다’이다. 앞의 문구는 내가 뜻하는 것이고, 다음 글귀는 아내의 삶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나는 슬하에 많은 가족을 두었다. 또 제자 중에는 큰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성공해서 부자가 되었더라도 사생활과 가정 경제는 중산층 수준이 좋다. 기업은 기업대로 독립된 공익기관이고 개인 생활은 정신적 가치가 중요하니까, 경제적 관심이나 부담에 빠지지 말라고 권한다.   ‘정신은 상위권에, 경제는 중산층에’   더 중요한 것은 사회의 지도자 대부분은 중산층에서 태어났지 부유층 가정의 자녀가 아니었다고 말한다. 기업을 계승하는 일은 공인(公人)이고 사회 여러 분야의 지도자는 정신적 지도력이 있어야 한다. 인격과 정신적 가치를 깨달은 사람은 기업인도 될 수 있고 사회 각계의 지도자가 될 수 있어도, 정신적으로 빈곤한 사람과 경제가치의 노예가 된 사람은 기업인으로 성공할 수 없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나를 위한 좌우명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삶이란 계속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터득한 교훈이 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 그러면 더 소중한 일을 하게 된다’는 신념이다. 상식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일의 목적을 자기에게 두는 사람은 일의 가치와 역행하게 된다. 일의 목적을 사회적 가치가 아닌 주어진 집단이나 이기적 목적에 두는 사람은 사회악을 범할 수 있다. 사회경제를 병들게 하는 노동조합들이 그렇다.   일의 목적을 사회 전체에 부합시키는 사람이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공직 그 자체가 목적이 못되고 더 높은 출세나 진급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사람도 자주 보게 된다. 서울특별시 시장이면 얼마나 막중한 책임인가. 그런데 시민을 위하기보다 대통령으로 진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 서울시장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공직자가 정권욕의 노예가 되면 범하는 잘못이다. 독재국가에 가면 대통령이나 수상이 자신의 인기나 명예를 위해 국가행사까지 수단으로 삼고 이용한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보아 온 현상이다.   나는 군인이나 공무원들에게 이야기해 온 경험이 많다. 직책에 따른 계급의식이 강한 공동체에서는 진급이나 상위 보직에 대한 경쟁심을 갖게 된다. 그러나 크게 성공하는 사람들은 승진이나 높은 직위를 위해 과욕을 부리는 사람보다는,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 성취하고 늦게 출발하더라도 중책을 찾아 끝까지 가는 사람들이다. 욕심이 앞서면 목적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교훈은 누구에게나 해당하는 충고이다.   일의 결과는 직위가 아니고 사회적 기여도에서 나타난다. 나 같은 사람은 대학에서 보직을 맡는 경우가 적었다. 기회가 오더라도 나보다 더 유능한 동료에게 양보하고 강의와 학문에 열중하고 싶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외국에 가거나 사회에 나가면 제자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다. 교실에서 내 강의를 들은 제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 더 소중한 일을 하게 된다’는 체험을 한 것은 나의 신앙적 인생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입학을 소원하면서 약속의 기도를 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나도 다른 사람들같이 어른이 될 때까지 건강을 하락해 주시면 나를 위해서가 아니고 하느님의 일을 하겠습니다’는 기도였다. 내 건강이 거의 절망 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나를 위한 욕심이나 희망이 없었다.   건강의 비결은 남을 위한 봉사   그런 출발에서인지 지금까지 항상 일이 먼저 주어졌다. 나 자신이 직업을 찾아간 경험은 단 한 번뿐이다. 27세에 탈북 월남하고 뒤늦은 학기 도중에 중앙중고등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7년 후 연세대의 초청을 받은 후부터는 지금까지 주어진 일에 정성을 쏟아 온 셈이다. 내 건강이 남달리 유지되는 것도 주어진 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중앙학교 7년 동안의 노력도 헛되지 않았다. 나보다 유능하고 훌륭한 인재들이 사회에 진출하였다. 미국, 캐나다, 한국 안에서 높은 평가와 존경받는 교수만 15~16명에 이른다. 또 교주인 인촌 선생의 뒤를 따르는 동안에 깨닫지 못했던 많은 교훈을 터득할 수 있었다. 내 뜻이 이루어지기보다는 더 높은 인생의 수련 기간이 되었다.   내가 100세를 넘기면서 얻은 결론은 인간은 일하기 위해 태어났다. 일의 목적은 더 많은 사람의 행복과 인간다운 삶을 돕는 데 있다.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더 큰 봉사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인생관이다.  김형석 / 연세대 명예교수김형석의 100년 산책 인생 결론 사회적 가치 신앙적 인생관 정신적 가치

2023-05-26

정신적 가치 찾아…“긴 여행 떠난다”

LA다운타운 아트 디스트릭 인근에 문을 연 E2아트 갤러리(관장 최희선)가 ‘김휘부 작가 초대전’으로 첫 전시회를 개최한다.     오는 15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전시회 ‘긴 여행을 떠나다’에서 김휘부 작가의 대작은 물론 소품 등 총 20여 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80을 바라보는 김휘부 작가는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자신의 작품 세계를 지켜왔다.     홍대 회화과를 졸업 후 40여년이 넘게 서던유타아트뮤지엄(SUMA), 로버트 앤드 프랜시스 풀러턴 아트뮤지엄(RAFFMA) 등 미국, 한국, 일본 등에서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었다.     김휘부 작가 작품을 마주하면 첫눈에 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심플하면서도 과감한 색상에 순간적으로 매료된다.     그 색들은 화폭 위에서 다른 물질들과 어우러져 붙여지고 떼어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적인 분열이 생기고 굴절이 생겨 또 다른 형태로 탄생한다.     한인타운과 다운타운 사이에 위치한 E2 아트 갤러리는 3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LA 한국문화원에서 16년 넘게 전시 담당을 해온 최희선 관장은 “김휘부 작가 초대전을 시작으로 중견작가, 신인작가 등을 초청해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새로운 작품을 소개할 예정”이라며 “미주 한인 작가 뿐만 아니라 타인종 작가를 비롯해 한국 작가 등 다양한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갤러리의 역할만이 아닌 작가들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미나 및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으로 작가들과 함께 성장하는 갤러리를 운영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오프닝 리셉션은 15일 오후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열린다.     ▶주소: 1215 W. Washington Blvd. LA   ▶문의: (213)741-0014 이은영 기자정신 가치 정신적 가치 e2아트 갤러리 la다운타운 아트

202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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